재미있는 과학

제주도에 '까만 모래'가 있는 이유는?

입력 : 2013.09.03 08:52

2㎜ 미만으로 작게 부서진 돌 '모래'… 그보다 크면 자갈, 작으면 점토·실트
모래색은 주변 암석에 따라 다양해… 현무암 많은 제주도 모래는 검은색
집 지을 때 쓰는 콘크리트·유리, 반도체의 주원료도 모래로 만든대요

모래는 물을 적시면 서로 달라붙어서,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 수 있어요. /김용우 기자
모래는 물을 적시면 서로 달라붙어서,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 수 있어요. /김용우 기자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손 위에 모래를 쌓아 다지고 서서히 손을 빼서 두꺼비 집을 만드는 놀이를 알지요? 유난히 더위가 길었던 올해는 많은 친구가 바닷가에서 모래 놀이를 했을 거라 생각해요. 작은 알갱이인 모래는 정말 재미있는 장난감이에요. 쉽게 퍼 올릴 수 있고, 주먹으로 움켜쥐고 조금씩 떨어뜨려 뿌릴 수도 있고, 물을 적시면 서로 달라붙어 원하는 형태를 만들기도 좋아요. 그런데 모래는 왜 주로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걸까요?

모래의 가장 큰 특징은 작은 크기예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과 크기만 다를 뿐 같다고 할 수 있어요. 나라마다, 용도마다 차이가 있지만 알갱이의 크기가 16분의 1㎜ 이상~2㎜ 미만인 돌을 모래라고 해요. 그보다 작은 것은 실트·점토 등으로, 그보다 더 큰 것은 자갈로 구분하기도 해요. 즉, 모래는 큰 돌이 부서져 작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모래도 처음에는 큰 돌이었는데 어떻게 작게 부서질 수 있었을까요?

◇모래는 어떻게 작아졌을까?


여러분이 자갈돌을 모래만큼 작게 부순다고 상상해 보세요. 망치를 들고 강한 힘으로 여러 번 두들기는 건 어때요? 큰 돌이 작게 부서지려면 강한 힘이 작용해야 해요. 큰 돌이 자연적으로 부서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빗물이 돌 안으로 스며들고, 물이 얼어 팽창하면 부서지지요. 때로는 식물 뿌리가 자라며 돌을 쪼개기도 해요. 이렇게 떨어져 나온 돌 조각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굴러 내려오면서 그 충격으로 더 작게 부서지고 마침내 모래가 돼요. 산 정상 부근에는 큰 돌이 많고, 낮은 곳일수록 작은 돌을 주로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지요. 이제 왜 강바닥이나 바닷가에 모래가 많은지 이해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물도, 식물도 찾기 어려운 사막의 모래는 어떻게 만들어지느냐고요? 큰 돌이 자연적으로 부서지는 현상을 '풍화(風化)'라고 하는데, 풍화는 바람에 의해서도 일어나요. 강한 바람이 불면 작은 돌들이 바람과 함께 움직여 다른 큰 돌에 부딪히면서, 큰 돌을 서서히 깎아낼 수 있답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모래의 색깔을 얼핏 보면 옅은 갈색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알갱이마다 색깔이 다름을 알 수 있어요. 모래가 되기 전 돌들이 다양한 종류였다는 것을 알려주지요. 돌, 즉 암석은 지각을 이루는 물질로 크게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으로 나눌 수 있어요. 화성암은 뜨거운 액체 상태의 마그마가 식으며 만들어졌고, 퇴적암은 여러 돌 조각이 어느 한 곳에서 쌓이고 뭉쳐지고 굳어져 만들어졌어요. 변성암은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본래 성질이 변한 암석이에요. 이처럼 암석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모래 알갱이의 색깔도 다양한 거예요. 주변에 어떤 암석들이 많은가에 따라 모래의 전체적인 색깔이 결정되기도 하지요. 제주도에는 검은색 화성암인 현무암이 많은 만큼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띠는 흑모래를 볼 수 있어요.

알갱이 크기가 제각각인 모래를 크기별로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도구는 '체'일 거예요. 모래를 체에 담아 흔들면 작은 알갱이는 아래로 떨어지고 큰 알갱이는 체에 남을 테니까요. 하지만 크기를 3~4단계로 더 구분하려면 다양한 크기의 체를 준비해야 하니 번거롭겠지요? 그런데 여러분, 한 손에 쥘 수 있는 병 하나만 있으면 모래 알갱이를 크기별로 쉽게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아나요? 아주 간단해요. 모래를 병에 넣고 마구 흔들다 보면 어느새 큰 알갱이들은 위쪽에 모이고, 작은 알갱이들은 아래쪽에 모이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왜 무거운 알갱이가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가장 위에 있느냐고요? 이런 신기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알갱이의 특징 때문이에요. 병을 흔들면 벽면 쪽 모래가 벽면을 타고 아래로 떨어지고, 그로 인해 가운데 부분은 올라오는 대류현상이 일어나요. 작은 알갱이는 큰 알갱이들 틈새로 계속 내려갈 수 있지만 한 번 올라온 큰 알갱이는 자신보다 큰 틈새가 없기 때문에 더는 내려가지 못하지요. 이런 현상을 '브라질땅콩 효과'라고 부르는데, 여러 종류의 견과류가 든 용기가 배달되면 언제나 크기가 가장 큰 브라질땅콩이 위쪽에 모여 있는 것에서 유래했대요.

◇다양한 모래, 쓰임새도 다양해요


모래는 커다란 돌들이 작게 부서져 섞여 있는 것이지만 쓰임새가 무척이나 다양해요. 먼저 우리가 사는 집은 모래로 지어졌다는 사실! 많은 건축물은 매우 단단한 '콘크리트'라는 것으로 만드는데,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물, 모래 등을 섞어 만든답니다. 빛이 들어오게 하는 유리창을 만들 때에도 모래가 쓰여요. 거친 모래가 투명하고 매끈한 유리로 변한다니 이해하기 어렵지요? 모래에 석회와 소다를 섞어서 녹이면 신기하게 액체 상태의 유리물로 변해요. 이 유리물을 원하는 모양 틀에 넣어 빠르게 식히면 다양한 유리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전자 산업의 꽃',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반도체를 만드는 주성분인 실리콘 역시 원료가 모래의 규소 성분이랍니다.

어때요? 모래의 쓰임새를 알고 나니,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임을 알 수 있겠지요? 어떤 철학자는 우리의 삶이 모래와 같아야 한다고 했어요. 모래가 바위나 자갈보다도 쓰임새가 많은 이유는,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으며 쪼개지고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우리 생활과 물질' 3학년 2학기 '혼합물의 분리', 4학년 1학기 '지표의 변화'



[함께 생각해봐요]


모래시계를 본 적 있나요? 유리병 안에 든 고운 모래가 일정하게 떨어지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보여주지요. 모래시계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해설: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떨어질 때 모래시계의 중심 부분은 압력에 의해 서로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아요. 대신 모래시계 벽면 쪽 모래부터 벽면을 타고 흘러내리죠. 그래서 모래가 많이 남았건 적게 남았건 일정한 시간 동안 떨어지는 것이에요. 모래는 액체인 물과 달리 온도나 압력 같은 외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해요.

조영선 | 과학학습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