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읍시다

"내가 할일은 누구든 벼랑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붙잡아주는거지"

입력 : 2013.09.03 08:55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저자 J.D.샐린저 사진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저자 J.D.샐린저랍니다. /Corbis/토픽이미지

※다음은 J.D.샐린저'호밀밭의 파수꾼' 원문 중 일부입니다. 위의 본문을 읽고 아래 원문의 ( ) 안에 들어갈 알맞은 말을 생각해 보세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펜시 고등학교를 그만둔 날부터 이야기를 해야겠다. 펜시 고등학교란 펜실베니아 주 어거스타운에 있는 학교인데, 아마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①)란이라도 보았을 것이다. 수많은 잡지에다 (①)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 (①)에는 늘 말쑥한 청년이 말을 타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사진이 실린다. 이건 마치 펜시 고등학교에선 언제나 폴로(polo: 4명이 한 조가 되어 말을 타고 하는 공치기)를 시키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이제껏 펜시 고등학교 근처에서도 말을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사진에 나온 그 청년 바로 밑에는 '1888년 창립 이래 본교는 항상 우수하고 명철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청년들을 양성해 왔습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이건 어이없는 말이다.(중략)

그런데 우습게도 그런 허튼소리를 지껄이는 동안에도 나의 머릿속은 다른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의 거주지는 뉴욕이다. 그 때문인지 나는 센트럴 파크의 남단에 있는 연못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집에 돌아갈 무렵에는 그 연못이 얼어붙어 있지 않을까, 만일 얼어붙었다면 오리들은 어디로 갔을까, 누군가 트럭을 몰고 와서 그것들을 동물원 같은 곳으로 실어 가지나 않았을까, 아니면 그냥 날아가 버리지나 않았을까.(중략)

그러나 이 (②)에서 가장 좋은 것은 모든 것이 언제나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누구도 자리를 움직이지 않는다. 가령 십만 번을 가 보아도 에스키모는 여전히 두 마리의 물고기를 방금 낚아 내고 있을 것이고, 새는 여전히 남쪽으로 날아가는 중일 것이고, 사슴은 여전히 어여쁜 뿔과 날씬한 다리를 하고 그 물웅덩이에서 물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또한 젖가슴을 드러낸 인디언 여자는 여전히 같은 모포를 짜고 있을 것이다. 아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달라지는 것은 오로지 우리 쪽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나이를 더 먹는다는 뜻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결코 우리가 더 나이를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늘 변한다는 것뿐이다.(중략) 요컨대 우리는 뭔가 달라지고 있다.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설사 설명할 수 있다 해도 설명할 기분이 날지는 의문이다.(중략)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은 미국 맨해튼 센트럴파크 연못에 사는 오리들이 겨울에 어디로 가는지를 궁금해했지요. /김광일 기자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은 미국 맨해튼 센트럴파크 연못에 사는 오리들이 겨울에 어디로 가는지를 궁금해했지요. /김광일 기자

"아무튼 나는 넓은 (③)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을 항상 눈에 그려본단 말야. 몇천 명의 어린애들만이 있을 뿐 주위에는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 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럴 때 내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그 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온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③)의 파수꾼이 되는 거지.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그러나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런 거야. 바보 같은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정답: ①광고 ②박물관 ③호밀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