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일본 女王, 임신한 채로 한반도 정벌했다?
입력 : 2013.08.30 10:05
| 수정 : 2013.08.30 18:26
일본 고대 전설 속 인물 '진구황후'
임신한 몸으로 신라를 정벌하고 임나일본부 세워 삼한 지배했다 전해져
이 설화를 마치 역사로 생각하며 조선 침략·식민지 합리화하려는 일본
'진구황후의 땅 되찾은 것'이라 주장
이모네 부부가 우리 집에 놀러 왔어요. 임신한 이모는 잔뜩 부른 배를 감당하지 못해 뒤뚱뒤뚱 걸었지요.
"야, 정말 남산만 하네요. 아기 언제 나와요?"
누나랑 나는 이모한테 달려가 양쪽에서 배를 만지면서 물었어요.
"예정일은 아직 한 달 남았는데 왜 이렇게 배가 부른지 모르겠네. 얼마나 큰 애가 나오려고…."
이모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겨우 소파에 앉았어요. 이모부도 한 손으로는 수박을 사 들고 한 손으로는 이모를 부축하며 오느라 덩달아 숨 가빠하셨어요. 엄마는 이모부가 사온 수박으로 화채를 만드느라 분주하셨지요. 딱 한 사람, 아빠만 뚫어져라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계셨답니다.
"형부, 저희 왔어요!"
이모가 큰소리로 인사하자 그제야 겨우 고개를 돌리시지 뭐예요. 텔레비전에서는 8월 29일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국치일(國恥日)이라며, 그날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날이 1910년 8월 29일이니까 벌써 103년이 지났군요.
"요즘 일본 정부 하는 것 보면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모부가 말을 걸었지만, 아빠는 대꾸하지 않고 이모의 배를 물끄러미 바라보셨어요. 이모와 이모부도 아빠의 시선을 이상하게 여기며 빤히 쳐다보셨지요.
"무거운 물건으로 배를 누르면 출산을 늦출 수 있나?"
아빠가 혼잣말하듯 엉뚱한 질문을 하셨어요. 탁자에 화채를 내려놓던 엄마는 '이이가 더위를 먹었나?'라는 표정으로 아빠를 보셨지요. 오늘 아빠는 도대체 왜 그러실까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다가 처제를 보니까, 갑자기 일본의 진구황후(神功皇后)라는 여왕 이야기가 생각나서 그랬어. 진구황후는 일본 우익의 전설적 멘토라고 할 수 있지."
"야, 정말 남산만 하네요. 아기 언제 나와요?"
누나랑 나는 이모한테 달려가 양쪽에서 배를 만지면서 물었어요.
"예정일은 아직 한 달 남았는데 왜 이렇게 배가 부른지 모르겠네. 얼마나 큰 애가 나오려고…."
이모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겨우 소파에 앉았어요. 이모부도 한 손으로는 수박을 사 들고 한 손으로는 이모를 부축하며 오느라 덩달아 숨 가빠하셨어요. 엄마는 이모부가 사온 수박으로 화채를 만드느라 분주하셨지요. 딱 한 사람, 아빠만 뚫어져라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계셨답니다.
"형부, 저희 왔어요!"
이모가 큰소리로 인사하자 그제야 겨우 고개를 돌리시지 뭐예요. 텔레비전에서는 8월 29일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국치일(國恥日)이라며, 그날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날이 1910년 8월 29일이니까 벌써 103년이 지났군요.
"요즘 일본 정부 하는 것 보면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모부가 말을 걸었지만, 아빠는 대꾸하지 않고 이모의 배를 물끄러미 바라보셨어요. 이모와 이모부도 아빠의 시선을 이상하게 여기며 빤히 쳐다보셨지요.
"무거운 물건으로 배를 누르면 출산을 늦출 수 있나?"
아빠가 혼잣말하듯 엉뚱한 질문을 하셨어요. 탁자에 화채를 내려놓던 엄마는 '이이가 더위를 먹었나?'라는 표정으로 아빠를 보셨지요. 오늘 아빠는 도대체 왜 그러실까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다가 처제를 보니까, 갑자기 일본의 진구황후(神功皇后)라는 여왕 이야기가 생각나서 그랬어. 진구황후는 일본 우익의 전설적 멘토라고 할 수 있지."
- ▲ (사진 왼쪽)진구황후(가운데)가 한반도에 도착한 모습을 상상해 그린 그림이에요. (사진 오른쪽)진구황후(위)를 그린 그림이에요. /위키피디아
"왜국과 신라는 서로 사이가 나빴대. 그런 어느 날 진구황후는 신라를 정벌하겠다며 군사를 일으켜. 그때 진구황후는 산기(★)를 느꼈지만, 돌로 배를 눌러 출산을 늦춰 가면서 신라 정벌을 강행했다고 하지."
일본 기록에 따르면 진구황후가 이끄는 왜군이 우리나라에 도착하자 신라 사람들은 싸우지도 않고 항복했다고 해요. 그뿐 아니라 고구려와 백제도 사신을 보내 왜국에 복종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렸다는군요. 진구황후는 지금의 낙동강 하류 지역에 왜국이 지배하는 조직을 세우고 일본으로 돌아갔답니다. 진구황후는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야 아이를 낳았고, 이 아이는 자라서 왜국의 왕이 됐대요. 일본에서는 이 일을 '진구황후의 삼한(三韓) 정벌'이라고 한답니다. 옛날에는 우리나라를 삼한이라고 부르곤 했거든요. 이 이야기는 일본이 우리나라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의 근거가 되기도 했어요.
"어머나, 말도 안 돼! 돌로 배를 눌러 출산을 미뤘다는 것도 황당한 얘기인데, 그러면서 남의 나라를 침략했다고?"
"일본 사람들이 아직도 그런 얘기를 사실로 믿는다고요?"
아빠 이야기를 듣던 이모와 엄마는 흥분해서 질문을 쏟아내셨어요.
"물론 지금은 많은 일본 사람이 전설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삼국시대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훨씬 더 발달해서 불교를 비롯한 선진 문물을 전해 주곤 했는데, 대체 일본이 어떻게 우리나라를 정복했겠어? 완전히 거짓인 거지. 하지만 일본의 우익 세력은 여전히 진구황후의 삼한 정벌을 사실로 믿으면서 그 전통을 이어받으려 하는 게 정말 문제야."
- ▲ 일본의 역사서 ‘일본서기(日本書紀)’예요. 진구황후 이야기가 기록돼 있어요. /위키피디아
103년 전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일본 사람들은 진구황후가 정복했던 자신들의 옛땅을 되찾은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해요. 1592년 임진왜란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진구황후의 땅을 회복하러 왔던 것이라고 했다지요. 지금도 일본 곳곳에는 진구황후를 모시는 신사가 세워져 있고, 진구황후를 기리는 축제가 열리곤 한답니다.
"평화롭게 살 생각은 하지 않고 그런 끔찍한 얘기까지 만들어내면서 이웃 나라를 침략하려 하다니…."
이모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어요. 누나와 나는 양쪽에서 이모의 배를 만지면서 뱃속의 아기에게 말했답니다.
"아가야, 엄마 배 속에서 나오면 꼭 침략이나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해."
이모가 우리를 끌어안고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너희도 우리 아기 잘 봐 주고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해."
★산기(産氣): 아이를 낳을 기미.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 4세기 후반 일본의 야마토왜(大和倭)가 한반도 남부지역에 진출해 백제·신라·가야를 지배하고, 가야에 일본부(日本府)라는 기관을 두고 6세기 중엽까지 지배했다는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