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쑥쑥 역사
환생(還生) 뜻하는 '매미'…
조선시대 매듭 장식으로 인기 많았죠
- ▲ 잠자리 모양으로 만든 매듭이에요. /조인원 기자
200~300여년 전쯤 옛날, 어느 지방의 읍내에서 오일장이 열렸어요. 장터는 남녀노소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는데 유독 어느 좌판 앞에 여인들이 우르르 모여 있네요.
"이건 삼작노리개(★)잖아? 빨강 노랑 파랑의 매듭에 나비, 박쥐, 매미 모양의 장식물이 달렸고, 그 아래는 낙지발처럼 술(★)을 늘어뜨렸네. 정말 아름답다!"
"이건 매미 모양으로 수를 놓고 봉술을 늘어뜨린 노리개네. 이 노리개도 예쁘다!"
"이쪽에는 여러 가지 매듭이 있어. 국화나 매화 같은 꽃 모양의 매듭, 나비·잠자리·벌·매미 같은 곤충 모양 매듭들이 참 멋져!"
장터에서 여인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 좌판에는 화려한 노리개와 색깔 곱고 모양도 아름다운 매듭을 팔고 있었어요. 노리개는 여인들이 옷고름이나 허리띠에 차 옷매무새를 아름답게 꾸미는 장신구로, 궁중과 상류 사회는 물론 평민들까지 조선시대 모든 여성이 애용하던 패물이었지요. 중심이 되는 패물을 고름에 연결하게 한 대금(帶金·띳돈)과 다회(多繪·끈목), 패물을 더 아름답게 꾸며주는 매듭과 그 끝에 달리는 술로 구성돼 있어요. 금·은·옥·비취·산호 등을 재료로 여러 모양의 장식물을 만들었고, 박쥐·거북·나비·오리·붕어·매미·자라 등 동물 형태와 가지·고추·포도송이·목화송이·복숭아·연꽃·석류 등 식물 형태가 있어요.
- ▲ 매듭장이 다회(끈목)를 사용해 매듭을 만드는 모습이에요. /문화재청 제공
매듭은 실을 꼬고 합쳐 끈목을 만든 다음 끈목을 엮고 맺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것을 말해요. 조선시대에는 명주실을 꼬고 합치고 염색해서 끈목을 만드는 '다회장'과 굵고 가느다란 끈목을 두 가닥으로 늘어뜨려 가며 각종 모양으로 매듭을 맺는 '매듭장'이 관청수공업의 공장(★)으로 활약하기도 했어요. 매듭을 맺는 모양도 다양해서, 두 줄을 어긋매껴서 두 층으로 맺은 도래매듭을 비롯해 안경 모양의 안경매듭, 매화매듭, 국화매듭, 딸기매듭, 나비매듭, 잠자리매듭, 매미매듭 등 30여 종 넘는 매듭이 있어요. 노리개뿐 아니라 각종 주머니, 도포(★) 끈, 허리띠, 수젓집, 손거울 손잡이, 호패, 부채, 발걸이, 방장(★)걸이, 횃대(★), 족자, 붓걸이 등 여러 생활용품을 매듭으로 장식해 멋을 냈지요.
여인들의 사랑을 받는 노리개의 패물이나 매듭을 아름다운 꽃이나 탐스런 열매 모양으로 만든 것은 당연한데, 좀 징그럽기도 한 박쥐나 매미 모양으로 만든 것은 왜냐고요? 박쥐는 새끼를 많이 낳는 다산의 동물로 여겨, 자손을 많이 낳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용했다고 해요. 매미는 이슬을 먹고 산다고 해서 정결을 상징하고, 땅속에 오래 있다가 태어나기 때문에 환생이나 영생을 뜻하기도 한대요. 또 늘 노래하는 곤충으로 여겨, 평안하고 즐겁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용했다고 하네요.
★삼작노리개: 세 개의 노리개가 한 벌이 되게 만든 노리개.
★술: 띠나 끈 등에 장식으로 다는 여러 가닥의 실.
★공장(工匠): 예전에 수공업(手工業)에 종사하는 사람을 이르던 말.
★도포(道袍): 예전에 선비들이 통상예복으로 입던 겉옷.
★방장(房帳): 외풍을 막기 위해 방문이나 창문에 치거나 두르는 휘장.
★횃대: 긴 작대기의 두 끝에 끈을 매어 벽에 달아매어 놓고 옷을 걸게 한 막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