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내 친구

모어, 죽음의 순간에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입력 : 2013.09.02 23:56

[44]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모어, 영국사회 모순 해결하려 '유토피아' 썼죠
그는 지은 죄가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다며 반역죄 몰려 사형당해도 신념 지켰어요

"사유재산 없는 사회가 유토피아"라는 말에 작가는 "그럼 누가 일하려고 하겠는가" 반박
오늘날 유토피아는 미래에 대한 확신 의미해요

영국의 정치가이자 인문주의자인 토머스 모어(More)는 자신이 살고 있는 16세기 영국 사회의 여러 모순을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가 쓴 소설 '유토피아(Utopia)'에는 사회 개혁의 원리가 담겨 있지요. 책의 1권은 철학자이자 항해가인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Hythlodaeus)와 토머스 모어의 대화로 이뤄져 있어요. 당시 영국 사회의 문제점, 사회적 병폐 등을 풍자적으로 비판합니다. 2권에서는 라파엘이 다녀온 유토피아의 모습이 묘사됩니다. 모어는 라파엘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신세계의 사회제도를 지렛대로 활용해, 자신이 사는 사회를 바꾸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이야기 하나


여러분이 꿈꾸는 사회, 유토피아는 어떤 모습인가요? 유토피아는 그것을 그리는 사람이 사는 사회를 기초로 만들어집니다. 모어의 유토피아 역시 마찬가지예요. 당시 영국은 장원제를 토대로 한 농업에서 양모를 이용한 모직물 공업으로 산업이 변화하는 시기였습니다. 모직물 공업의 발달로 양모 값이 치솟자, 장원을 가진 지주들은 앞다퉈 토지에 울타리를 치고 양을 기르기 시작했어요. 이것을 인클로저(enclosure·울타리 치기) 운동이라고 한답니다. 가난한 농부와 농노들은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잃고 도시로 이주합니다. 도시에서도 특별한 생계수단이 없는 그들 중엔 도둑질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당시 절도는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바로 사형이었다고 해요.

[신문은 선생님] [고전은 내 친구] 모어, 죽음의 순간에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림=이병익
모어는 이러한 배경에서 법의 가혹함을 지적합니다. 절도범에게 사형이라는 무거운 벌을 주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며, 절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요. 그는 인클로저 운동의 결과로 나타난 사회 구조 변화에 원인이 있다며,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 밖에도 그는 풍자적 표현으로 사회의 여러 문제를 들춰냅니다. 그리고 이런 모순된 현실을 역으로 뒤집어 놓은 이상적인 사회, 즉 유토피아를 조명하지요. 대개 유토피아는 현실에 대한 강한 부정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현실을 떠나서는 이상향을 그리기 어렵지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우리에게도 유토피아일까요? 아마도 아닐 거예요. 모어의 현실과 우리의 현실은 다르니까요.

당시 사람들이 꿈꾼 경제적 유토피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라파엘은 '사유재산이 폐지된 사회'라고 말합니다. 사유재산이 폐지되면 모두가 공평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만족스러운 사회가 된다는 거예요. 하지만 모어는 이에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회에서는 일하려는 사람이 없어 모두가 결핍에 시달릴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면서도 당시 금과 은에 대해서는 사용가치적 측면에서 접근했어요. 사용가치란 물건이 가진 유용성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지요. 유토피아 사람들은 외교 사절단의 외교관들이 금목걸이나 보석을 단 것을 보고 '광대나 노예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조롱합니다. 반대로 외교관 수행원들의 수수한 모습을 보며 그들에게는 경의를 표했어요. 영국 사람들은 금이나 은의 희소가치에 눈이 멀어 욕심을 내지만, 유토피아의 사람들은 금과 은보다 물이나 불, 쇠 같은 꼭 필요한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는 모어의 생각을 담은 것이지요.

토머스 모어는 헨리 8세(그림)의 재혼을 반대하다 사형당했어요.
토머스 모어는 헨리 8세(그림)의 재혼을 반대하다 사형당했어요. /Getty Images 멀티비츠
모어는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이야기합니다. 유토피아의 사람들은 지혜로워서 이 원리를 모두 아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윤리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원불멸한 영혼을 가진 인간은 현세의 행위에 따라 내세에 상이나 벌을 받게 되는데, 현재의 작은 쾌락을 누리기 위해 미래에 누릴 쾌락을 포기하고 고통을 선택할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모어는 또 죽음은 슬퍼하거나 무서워할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죽기 싫어하는 것은 현세에서 지은 죄 때문에 내세에서 받게 될 벌을 두려워해서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당사자는 물론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도 죽음을 슬퍼할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유쾌한 마음으로 장례를 치르고, 그를 회상하며 기리는 것이 마땅하다는 거예요. 죽음에 대한 그의 태도는 책 속에 기록된 말뿐인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삶으로 실천했어요.


#이야기 둘


모어는 당시 영국의 왕 헨리 8세가 앤과 결혼하기 위해 첫 번째 아내 캐서린과 이혼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어요. 그 이유로 대법관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반역죄로 사형당합니다. 죽음의 순간에도 모어는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았다고 해요. 그는 사형 집행관에게 "힘을 내게,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라고 말하고, 단두대에 머리를 쑥 내밀면서 "수염은 반역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며 수염을 조심하라고도 했대요. 사형을 앞둔 소크라테스를 위해 친구와 제자들이 해외로 도망갈 길을 마련해뒀지만, 소크라테스가 기꺼이 스스로 독배를 마셔 신념을 지킨 것과 비슷하지요.

유토피아는 요즘 말로 하면 '미래에 대한 강한 확신과 신념'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어요. 미래의 주역인 여러분이 우리의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분이 그린 유토피아의 모습에 따라 강한 신념과 비전으로 사회를 변화시켜나간다면 이 사회는 좀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의 고전은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고 무료로 공개한 조나스 소크(Salk) 박사의 말로 마칠게요. "Hope lies in dreams, in imagination and in the courage of those who dare to make dreams into reality(희망은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자들의 꿈과 상상과 용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전 1분 퀴즈]

1.'유토피아'의 저자 토머스 모어가 살던 당시 영국에서는 토지에 울타리를 치고 양을 기르기 시작한 ( ) 운동으로 농부와 농노가 도시로 이주했어요.

2. 유토피아의 사람들은 현세의 행위에 따라 ( )에 상이나 벌을 받게 된다고 보았고, ( )은 슬퍼하거나 무서워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정답:
1.인클로저 2.내세,죽음

안진훈 MSC브레인컨설팅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