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수염 기르려면 세금을 내시오
러시아의 유럽화 꿈꾼 표트르 대제
스웨덴과의 전쟁으로 얻은 땅에 새로운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
이 개발로 엄청난 돈 필요하자 수염·눈동자 색에도 세금 매겼어요
이로써 러시아의 개혁은 이뤄졌지만 농민 반란은 끊이지 않았죠
올여름 폭염은 더위에 대한 많은 기록을 바꿀 만큼 대단합니다. 이렇게 더울 때 달고 시원한 맛으로 더위를 날려주는 빙과류를 찾게 되는데요, 빙과류에는 비만의 원인이 되는 설탕이 많이 들어 있어 적당한 양을 먹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 유럽에서는 패스트푸드나 탄산음료 등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에 '비만세'라는 세금을 걷는 정책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고 해요. 헝가리는 지방·설탕·소금이 많이 들어간 식품 등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어요. 핀란드는 사탕과 아이스크림 등에, 프랑스는 초콜릿·잼의 재료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지요.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국가 수입을 늘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거예요. 18세기 러시아에서도 수염을 기르려는 사람에게 세금을 거둬 근대화와 조세 수입을 동시에 얻은 황제가 있었어요. 바로 러시아를 일으킨 표트르(Pyotr) 대제입니다.
표트르는 10세의 어린 나이에 러시아의 차르가 됐어요. 하지만 정치는 누나 소피야의 몫이었고, 그는 주로 전쟁 놀이를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요.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마을에 살면서 서유럽의 문화를 습득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즐겼어요. 이곳에서 그는 어떤 일에 실패하더라도 지치지 않고 실패를 교훈 삼아 또다시 도전하는 자세를 익혔지요. 그는 차르가 되려는 누나 소피야의 반란을 진압하고 러시아 개혁에 돌입했어요. 20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몽골의 지배를 받아 여전히 몽골의 잔재가 남아 있었던 러시아를 서유럽처럼 만들고 싶어했지요.
-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예요. 스웨덴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표트르 1세가 지었답니다. /토픽이미지
1697년 250여명의 사절단(The Great Em bassy)이 러시아를 떠나 서유럽 탐방에 나섰어요. 무리 속 평범한 옷을 입은 '표트르 미하일로프'라는 사나이가 있었어요. 2m가 넘는 큰 키에, 무엇을 배우든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지요. 바로 신분을 숨긴 채 함께 나선 표트르 대제였어요. 군대, 공장, 대학 등 다양한 곳을 찾아 성 쌓기, 대포 쏘기, 옷감 짜기, 인쇄하기, 인체 해부, 화폐 만들기 등 다양한 기술을 배웠어요. 특히 배를 만드는 조선술에 관심이 많아 직접 연장통을 들고 목수로 일하기도 했대요. 18개월 동안 서유럽의 문물을 배우고 돌아온 표트르에게는 큰 꿈이 생겼어요. '유럽을 향해 일어서는 러시아를 만들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꼭 바다를 점령해야 했고, 발트 해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스웨덴과 싸워야만 했지요.
1700년부터 시작된 북방전쟁에서 러시아의 자존심은 처참하게 무너졌어요. 표트르는 전쟁에서 진 이유를 면밀하게 분석했지요. 그리고 시간을 두고 러시아의 전면 개혁에 나섰어요.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성과 요새를 쌓고, 무기를 서유럽의 신식 무기로 바꿨어요. 꾸준한 전투를 통해 얻은 네바 강 유역에는 새로운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 burg·성 베드로의 도시라는 뜻)'를 건설했어요. 홍수가 잦은 습지를 메워 건설한 이 도시는 이후 '유럽을 향해 열린 러시아의 창(窓)' 역할을 충분히 해냈지요. 해군 함대를 만들고, 포병학교와 각종 군사학교를 만들어 농민을 동원해 군사를 충원했어요. 도서관과 박물관을 만들고, 행정 기구를 재편성하고, 신문을 만들었으며, 날짜를 계산하는 역법도 바꾸었지요. 외국어를 못하는 귀족은 귀족 신분을 박탈했고, 저항하는 사람에게는 가혹한 형벌이 가해졌어요. 거침없는 일련의 개혁은 러시아의 운명을 바꿨답니다. 폴타바 전투의 승리로 전세를 역전한 러시아는 북방전쟁이 끝나는 1721년 스웨덴을 완전히 굴복시켰어요.
- ▲ (사진 왼쪽)표트르 1세의 초상화랍니다. (사진 오른쪽)표트르 1세는 개혁을 위해 수염을 자르게 했고, 수염을 기르려는 이에게서 세금을 거뒀어요. /Corbis/토픽이미지
1721년 러시아 원로원은 표트르에게 '임페라토르(Imperator·황제)'이라는 칭호를 주었고, 이때부터 러시아 제정(帝政)이 시작됐어요. 표트르 시대의 러시아는 '표트르의 러시아', '표트르 대제'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큰 개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농민의 뼈를 밟고 이뤄진 개혁으로 인해 크고 작은 농민 반란이 끊이지 않았지요. 표트르의 개혁에 점수를 준다면, 여러분은 몇 점을 주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