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상수리나무에 튼 둥지… 아기 새들이 올망졸망

입력 : 2013.09.03 00:01
푹푹 찌는 여름, 밖에 가만히 서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르지? 그래도 여름에는 밖에 나가 놀아야 제맛이야. 엄마 아빠는 어릴 때, 여름에 산으로 들로 나가 자연 속에서 뛰어놀았어. 풀숲에 들어가 풀 냄새 맡으며 벌레도 잡고, 냇가에 첨벙첨벙 뛰어들어 물고기도 잡고, 나무 위에 올라가 매미도 잡았지. 특히 몹시 더운 날에는 땅에서 뛰어놀기보다 시원한 나무 위로 올라가는 게 훨씬 좋았어. 어떻게 나무를 타느냐고?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사실 연습을 많이 해야 해. 하루 이틀 해서 되지 않아.

나무에 올라가면 바람도 시원하고, 하늘도 마치 손에 잡힐 듯 가까워져. 그리고 땅에 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동물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도 있지. 그런데 나무에 올라갈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해. 매미처럼 얌전히 앉아 울기만 하는 곤충도 있지만, 화가 나면 침을 쏘는 꿀벌을 만날 수도 있거든. 우리는 꿀벌을 해치려 한 게 아닌데, 꿀벌들은 위험하다고 느끼면 여지없이 달려들어 공격해. 또 나무 위에는 새 둥지도 있어. 새들도 나무 위가 시원하고 안전하게 숨기 좋다는 걸 귀신같이 아는 거야. 나무를 타서 새 둥지를 발견하면 얼마나 신기하고 반가운지 몰라.

상수리나무에 튼 둥지… 아기 새들이 올망졸망
/웅진주니어 '붉은배새매랑 나무 탔지'
어느 날 상수리나무에 올랐는데 운이 좋게 새끼 새들이 있는 둥지를 발견했어. 솜털이 보송보송한 새끼 새들이었어. 배가 고픈지 주둥이를 쩍 벌리고 큰 소리로 울고 있었지. 그런데 어치가 날아오더니 새끼 새들을 부리로 쪼아 죽이고 달아나 버리는 거야. 아주 많이 놀랐지. 얼마 뒤 어미 새가 돌아왔어. 가슴과 옆구리에 살구빛이 도는 붉은배새매였지. 어미 붉은배새매는 죽은 새끼들을 맴돌며 오래도록 울었어.

어치가 어쩌면 이렇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느냐고? 알고 보니 어치는 자기 새끼를 지키려고 붉은배새매 새끼를 죽인 거였어. 어치와 붉은배새매는 가까이 둥지를 트는데, 다 크고 나면 붉은배새매가 어치보다 힘이 세서 어치를 잡아먹기도 해. 붉은배새매가 가엾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치가 이해되기도 했어.

나무 아래서 보면 나무 위가 아무 일 없이 평화롭고 조용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야. 나무 위로 올라가 보면 서로 위험을 알리듯 목청껏 우는 매미, 자기 집을 헤칠까 윙윙대며 경계하는 꿀벌, 새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미 새들을 만날 수 있단다.

덥다고 집에만 있기보다는 엄마 아빠와 함께 자연으로 나가 보렴. 그리고 나무 위도 한번 올려다봐. 그러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다른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바로 지금 밖으로 나가, 여름이 주는 최고의 신비와 즐거움을 만끽해 보길 바라.


[부모님께]

여름은 아이와 함께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가 집 주변의 풀숲을 거닐어 보고 나무들을 살펴보세요. 나무에 집을 짓고 살거나 머무는 동물들도 함께 찾아보세요.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매미, 벌, 새 등을 관찰하고 동물들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세요.

이요선 논픽션그림책 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