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물기 좋아하는 '물봉선', 열매 손대면 톡하고 터져요

입력 : 2013.09.03 14:38
봉선화 꽃잎을 따다가 콩콩 찧어서 손톱에 빨간 물을 들인 적 있니? 아마 없더라도 어떤 꽃인지는 잘 알 거야.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면 그새 한창 피었던 봉선화로 손끝을 예쁘게 물들인 친구들을 본 적이 있을 테니 말이야. 그 봉선화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온 꽃이지만, 실은 우리 토박이 꽃도 있어. 바로 물봉선이야.

이번 달엔 계곡 따라 산길을 오르며 곱게 핀 물봉선을 많이 만났어. 물봉선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특히 계곡 가까운 곳이나 축축한 산자락에서 잘 자라. 이름에 '물' 자가 들어간 것처럼 물기를 좋아하지. 물봉선과 봉선화는 둘 다 열매를 만지면 톡 터져 버려. 그래서 둘 다 꽃말이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란다.

물봉선.
/그림=김혜경(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물풀')
물봉선은 꽃물은 잘 안 들지만, 꽃이 참 예뻐. 꽃을 옆에서 보면 뒤쪽 끝이 도르르 말린 긴 주머니 모양으로 되어 있어. 이게 꿀주머니인데, 물봉선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해 주는 비밀의 열쇠이기도 하지. 꽃을 앞에서 볼까? 분홍빛 꽃잎 안쪽이 하얘서, 마치 화사한 분홍 모자를 쓴 요정 얼굴 같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표정이 있는 것 같다니까. 잎은 폭이 좁은 깻잎을 닮았어.

고운 물봉선을 화분에서도 키워 볼래? 그럼 좀 더 기다렸다가, 10월쯤에 다시 물봉선을 보았던 산으로 가면 돼. 꽃 대신 갸름하고 끝이 뾰족한 물봉선 열매를 볼 수 있을 거야. 다 익은 열매는 살짝만 건드려도 톡 터지니까 조심조심 만져야 해. 바람만 불어도 톡 터져서 씨앗을 멀리 날려 보낼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거든. 씨앗을 받으면, 이듬해 봄이 왔을 때 정성 들여 심으면 돼. 물봉선이니까 물을 많이 줘야 한다는 걸, 꼭 기억하렴.

박윤선 생태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