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화산 폭발로 생긴 한라산… 2000종 식물의 어머니 산

입력 : 2013.09.04 11:23

옛날 옛날에 설문대할망이라는 아주 크고 힘이 센 여신이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설문대할망은 바다 한가운데 섬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대요. 치마폭에 돌과 흙을 담아 날라서 제주도를 만들고, 그 가운데 한라산을 쌓았대요. 할망의 치맛자락에서 흘러내린 흙이 작은 봉우리가 되어서 360개의 오름이 됐다고 해요. 할망이 한라산을 만들어 놓고 보니 산봉우리가 너무 뾰족해서, 걸터앉으면 엉덩이가 아프겠다고 생각했나 봐요. 윗부분을 잡아뗐더니 움푹 팬 백록담이 생겼고, 떨어져 나간 윗부분은 산방산이 되었다고 해요. 할망은 그제야 한라산에 걸터앉아 우도를 빨래판 삼아 빨래를 했다고 하네요.

제주도는 설문대할망 외에도 다양한 신화와 전설이 곳곳에 숨어 있답니다. 제주도는 아주 오래전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화산섬이랍니다. 제주도가 생긴 후 섬 가운데서 또 폭발이 일어나 솟은 산이 한라산이고요. 한라산 기슭 여기저기서도 작은 화산이 폭발해서 기생화산이 생겼는데, 이를 제주도 말로 '오름'이라고 합니다. 설문대할망은 거대한 화산활동과 뜨거운 용암을 의인화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웅진주니어 ‘제주 섬의 어머니 산 한라산’
웅진주니어 ‘제주 섬의 어머니 산 한라산’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에 편하게 앉으려고 뾰족한 봉우리를 떼어냈다고 했지요? 그 자리에 백록담이 생겼고요. '백록담'에는 하늘에서 흰 사슴이 내려와 물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백록담 사진을 본 적 있나요? 마치 커다란 샘물 같죠? 백록담에 고여 있는 물은 빗물이 모인 거랍니다. 제주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한라산은 제주도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에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하고요. 오로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 식물이 많은데, 대부분이 한라산 높은 곳에서 자라고 있답니다. 제주도의 특이한 지형과 서늘한 고산 기후에 적응한 것들이지요.

한라산에는 한반도 식물의 절반에 가까운 2000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어요. 한라산을 오르다 보면 산 높이에 따라 여러 기후에 사는 식물을 볼 수 있지요. 제주달구지풀이나 흰그늘용담, 섬바위장대, 한라솜다리 같은 식물들은 오로지 제주에서만 자라는 특산 식물이랍니다.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풀 같아도 제주에서 사라지면 지구에서도 영영 사라지게 될 소중한 식물들이에요.

한라산은 제주도의 '어머니 산'이에요. 가장 높게 우뚝 솟아 제주도 사람들과 동식물을 늘 내려다보고 있으니까요. 한라산 기슭 곳곳에 솟은 오름을 거느린 모습도 마치 아이를 품은 어머니 같아요. 한라산의 '한라'는 하늘의 은하수를 끌어당긴다는 뜻이래요. 한라산에 오르면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느껴진답니다. 제주 섬을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도 한라산에 걸터앉아 바라보는 은하수를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여러분도 제주도에 가게 되면 제주 섬의 어머니 산인 한라산을 꼭 만나보세요.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어머니 산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부모님께]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떠나기 전 제주도 창조 신화에 얽힌 설문대할망 이야기와 한라산의 생태를 알기 쉽게 담은 그림책을 찾아보세요. 아이가 흥미를 보인다면 제주의 또 다른 세계자연유산에는 뭐가 있는지, 세계무형문화유산은 무엇인지 함께 조사하는 것도 좋은 여행 준비가 될 것입니다.

이태화·어린이책 출판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