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역사

조선시대, 죄지은 코끼리가 특별사면된 사연은?

입력 : 2013.09.04 11:25
조선시대 사면은 경국대전 등 정해진 법에 따라 신중하게 행해졌다고 해요.
조선시대 사면은 경국대전 등 정해진 법에 따라 신중하게 행해졌다고 해요. /문화재청 제공
해마다 광복절을 앞두고 꼭 나오는 뉴스가 있었어요. 법을 어기고 권력을 함부로 휘두른 정치인이나, 비리에 관한 죄를 지은 재벌 총수 등 경제인들이 특별사면을 받아 교도소에서 풀려나는 모습이었지요. 그러나 이번 광복절에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됐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권한 남용()의 잘못된 관행으로 이어져 온 특별사면권을 3·1절에 이어 오는 광복절에도 행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에요.

사면은 죄를 용서하고 형벌을 면제해주는 것을 말해요. 임금님이나 대통령처럼 국가 최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 특별한 권리로 죄를 지은 사람의 형벌 전부나 일부를 면제하는 것이지요. 범죄 종류를 정해 범죄인 개개인을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행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은 특정한 사람에 대해 형벌을 면제해 준답니다.

역사 속 사면에 대한 기록은 삼국시대부터 등장해요. '삼국사기'에 신라는 25년(유리 이사금 2) 2월, '임금이 친히 시조의 종묘에 제사를 지내고 대사하다'라는 기록이 있어요. 대사(大赦)는 일반사면을 말해요. 그 뒤로 임금 즉위 등 나라에 큰 경사가 있을 때나 설 등 명절, 나라에 슬픈 일이 있거나 천재지변이 있을 때 사면령을 내렸어요. 임금과 국가가 백성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또 임금과 국가가 잘못한 일을 반성하고 백성의 슬픔과 고통을 위로한다는 의미였지요.

그런데 조선시대에 정말 특별한 사면이 있었어요. 바로 사람이 아닌 코끼리에게 사면을 내린 것이에요. 조선 태종 때인 1411년에 일본에서 사신을 보내며 코끼리를 바쳤어요. 조선에 코끼리가 처음 등장한 것으로, 임금은 이 코끼리를 사복시()에서 기르게 했어요. 1412년 한 관리가 코끼리의 기이한 모습을 보고 침을 뱉으며 놀려대자 코끼리가 그만 그 관리를 밟아 죽이고 말았어요. 태종 임금은 신하들의 건의에 따라 코끼리에게 죄를 물어 전라도의 한 섬으로 귀양을 보냈어요.

얼마 뒤 태종 임금이 코끼리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코끼리의 근황을 묻자, 전라도 관찰사는 임금께 이렇게 보고했어요. "전하, 코끼리를 순천부 장도라는 섬에서 방목하고 있는데 수초()를 먹지 않아 날로 수척해지고 사람을 보면 눈물을 흘립니다." 보고를 들은 태종 임금은 코끼리를 불쌍히 여겨 사면령을 내렸어요. 코끼리의 귀양 형벌을 중지하고 육지로 보내 기르게 했지요.

조선시대 일본이 우리나라에 보낸 코끼리가 귀양을 갔대요.
조선시대 일본이 우리나라에 보낸 코끼리가 귀양을 갔대요. 불쌍하게 여긴 태종 임금은 코끼리를 특별사면해줬다고 해요. /토픽이미지
이처럼 특별한 경우도 있었지만, 조선시대 사면은 대명률이나 경국대전에서 그 대상과 취지를 명백히 밝혀 법에 따라 시행 절차를 집행하도록 규정했어요. 또 먼저 석방할 죄인과 석방하지 않을 죄인에 대해 한양에서는 형조나 의금부에서, 지방에서는 관찰사가 세밀히 정한 기준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기록해 보고했다고 해요. 사면이 꽤 신중하게 행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남용(濫用):
일정한 기준이나 한도를 넘어서 함부로 씀. 권리나 권한 따위를 본래의 목적이나 범위를 벗어나 함부로 행사함.

★사복시(司僕寺): 조선시대에 궁중의 가마와 말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청.

★수초(水草): 물속이나 물가에서 자라는 풀.
지호진 어린이 역사전문 저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