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깨끗한 물 만들어줘 고마워… 고마우리 고마우리 '고마리'

입력 : 2013.09.04 11:29
요즘 숲과 들은 온통 초록빛이야. 하지만 정말 같은 초록빛일까? 나무와 풀들은 제각각 나름의 초록빛을 지니고 있어. 종류에 따라, 잎이 나온 계절에 따라서도 색이 다르지. 같은 풀이라도 어린 잎이냐, 다 자란 잎이냐에 따라 색이 다르기도 해. 앞면은 초록빛, 뒷면은 연두색이거나 잿빛인 잎도 참 많단다. 얼마나 관심 있게 지켜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무척 달라 보일 수 있어.

고마리.
/그림=김혜경(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물풀')
고마리 잎은 멀리서 보면 그냥 초록빛이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룩덜룩 더 짙은 초록 무늬가 보여. 고마리 잎은 유럽의 기사들이 쓰던 화려한 방패처럼 멋지게 생겼어. 잎이 처음 나올 때는 돌돌 말려서 창처럼 뾰족해. 그땐 하얗고 긴 털이 많이 나 있어. 돌돌 말린 잎이 다 펴져도 여전히 짧은 털이 있어. 쓰다듬어 보면 꺼끌꺼끌하지. 고마리 줄기를 잡고 위에서 아래로 살살 훑어서 볼래? 참 부드럽지? 그럼 이번엔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훑어 보렴. 아주 딴판으로 까슬까슬하지? 줄기에 갈고리 같은 털이 나 있어서 그래. 곤충이 줄기를 타고 위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식물들은 이렇게 머리를 쓴단다.

이제 곧 고마리 꽃이 펴. 쌀알만 한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피어 있는 모습이 참 고와. 꽃잎처럼 보이는 건 사실 꽃받침이야. 가을이 되면 이 꽃들이 다 지고, 땅속에서 꽃이 펴. 고마리는 땅 위에서도, 땅 아래서도 꽃을 피우고, 줄기가 땅에 닿을 때마다 뿌리를 뻗으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열심히 퍼져 나갈 궁리를 해. 고마리는 들이나 길가에 볕이 드는 곳에서도 잘 자라고, 계곡이나 냇가 가까이에서도 잘 자라. 고마리가 자라면 시궁창 물도 깨끗해져. 고마우리, 고마우리 하다가 이름이 고마리가 되었대. 어때? 덥더라도 얼른 밖으로 나가 고마리를 만나 보고 싶지?



박윤선 생태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