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죽부인·삼계탕… 우리 선조 여름 이긴 비법이죠

입력 : 2013.09.04 11:30
'복날'에 대해 들어봤나요? 처음 들어본 친구들은 복(福)을 받는 날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복날의 복(伏)은 '엎드리다, 꺾다'라는 의미로, 여름의 더위를 꺾어 누그러뜨린다는 뜻이래요. 서늘한 기운이 뜨거운 기운에 눌려 엎드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해요.

더위가 가장 심한 음력 6~7월 사이 초복·중복·말복이라는 세 번의 복날이 오는데, 다음 주 월요일(8월 12일)은 마지막 복날인 말복이랍니다. 여러분은 복날 더위를 어떻게 이겨낼 건가요? 제가 한번 알아맞혀 볼까요? 아마 선풍기나 에어컨 앞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을 것 같아요! 바닷물, 수영장에서 '풍덩' 하는 친구도 있겠지요? 그런데 지금처럼 선풍기·에어컨도 없고 아이스크림도 없던 옛날엔 삼복더위를 어떻게 보냈을까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나는 여름, 우리 조상은 등나무 줄기로 등등거리와 등토시를 만들어 입었어요. 몸과 옷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바람이 잘 통하도록 지혜를 발휘한 거죠. 하지만 아무리 바람이 잘 통한다고 해도 등등거리랑 등토시를 입고 잠을 잘 순 없잖아요? 그래서 만든 것이 '죽부인'이에요. 잘 마른 대나무를 참숯에 지지면서 원통 모양으로 휘어 만든 죽부인을 안고 자면, 살에 닿는 느낌이 서늘하고 바람도 잘 통해 여름밤 더위를 이겨낼 수 있답니다. '열은 열로 다스린다(이열치열)'라는 말도 있어요. 삼복더위에 오히려 더운 음식을 먹으며 더위를 잊었답니다. 닭에 인삼·황기·대추 같은 약재를 넣어 팔팔 끓인 삼계탕은 지금도 사랑받는 복날 음식이지요.

[신문은 선생님 키즈]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죽부인·삼계탕… 우리 선조 여름 이긴 비법이죠
/웅진주니어 '더위야, 썩 물렀거라!'
옛날엔 버스도 기차도 없었으니, 바닷가에 살지 않으면 바다에 가기 어려웠어요. 대신 동네 시냇물에서 물놀이도 하고 물고기도 잡으며 더위를 잊었다고 해요. 양반들은 체면 때문에 시냇물에 뛰어들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양반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마음을 시원하게 만드는 시를 읊으며 노는 '탁족'을 즐겼답니다. '아이스크림만 있으면 시원할 텐데'라고 생각한 친구도 있죠? 물론 옛날엔 아이스크림도, 냉장고도 없었어요. 하지만 우리 조상은 겨울에 언 얼음을 여름까지 보관하는 지혜가 있었답니다. 신라 시대부터 우리 조상은 돌로 만든 얼음 창고인 '석빙고'를 갖고 있었어요. 겨울부터 보관한 얼음이니 얼마나 귀했을까요?

에어컨이나 아이스크림 없이도 더위를 이겨낸 우리 조상의 지혜가 어때요? 우리도 더위를 이겨내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어요. 에어컨 사용을 줄이고 선풍기나 부채를 쓰는 것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지구를 아끼는 지혜랍니다. 아이스크림 대신 수박·참외 같은 제철 과일을 먹으면 배탈도 안 나고 치아 건강도 지킬 수 있지요. 스마트폰 게임보다는 엄마 아빠가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는 어때요? 머리털이 쭈뼛 서고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재미있을 거예요. 무서운 얘길 들을 땐 밤에 불을 끄고 들어야 제 맛이란 사실을 잊지 마세요!


[부모님께]

복날 삼계탕 생각 중이세요? 재료를 사러 가는 길에 아이와 제철 과일을 골라보세요. 계절 과일이란 말이 무색해진 요즘, 아이에게 어떤 게 여름에 나는 과일인지 알려주세요. 그리고 뜨거운 삼계탕을 먹은 후 시원한 여름 과일로 입가심을! 복날의 좋은 피서법이겠죠?

이태화 어린이책 출판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