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닭장 옆 파란꽃, 두보는 '꽃 피는 대나무'라 불렀죠

입력 : 2013.09.04 11:34
닭의장풀의 잎.
이제 막 시작한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여러 가지 생각으로 들떠 있지? 들로, 숲으로, 아니면 가까운 개천으로 나갈 계획도 있니? 이렇게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 곳곳에서 작고 파란 꽃을 쉽게 볼 수 있어. 파란 꽃이라니, 신기하다고? 한번 보면 '아!' 하고 외칠 법하게 아주 흔한 풀이야. 너무 흔해서 오히려 눈여겨보지 않았을 뿐이지. 닭장 옆에서도 잘 자란다고 이름 붙은 닭의장풀이야. 닭똥은 냄새도 지독하고 성질도 강해. 그렇지만 닭의장풀은 잘 자라거든. 흔히 볼 수 있는 풀이라는데, 닭의장풀이란 이름이 낯설다고? 그럼 달개비란 이름은 들어 본 적 있지? 닭의장풀을 달개비, 또는 닭의밑씻개라고도 불러.

닭의장풀은 산자락, 밭둑, 개울가 등 그늘지고 축축한 곳이라면 어디서나 잘 자라.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고 나면 닭의장풀 보는 게 더 쉽지. 닭의장풀 꽃은 대개 파란색인데, 꽃잎 석 장 중에 비교적 큰 두 장이 파래서 그래. 나머지 아래쪽에 있는 한 장은 아주 작고 하얘서 잘 안 보일 뿐이야. 파란 꽃잎은 옛날 옷감에 물들일 때 쓰였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꽃이 참 곱기도 하지? 닭의장풀은 줄기도 신기하게 생겼어. 마디마디가 꺾이며 땅을 기듯 자라거든. 이 마디가 땅에 닿으면 그곳에서 뿌리가 나와서 닭의장풀 한 포기가 새로 생겨. 마디마디 자라는 모양이 대나무랑 닮았다고 해서, 옛날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 두보는 닭의장풀을 '꽃이 피는 대나무'라고 부르며 아꼈대.

닭의장풀
/그림=박신영(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풀꽃')

닭의장풀은 쓰임도 참 많아. 어린잎은 살짝 데쳐 나물로도 먹고, 냉국에 꽃잎을 띄워 보기 좋게 먹기도 해. 예부터 잎, 꽃, 줄기, 뿌리 모두 약으로 써 왔는데, 특히 열을 내리는 데 좋아. 잎을 찧어 즙을 내 약한 화상 입은 데나 땀띠 난 데 붙였어.



 

박윤선 생태 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