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한판승의 비밀, 지렛대 원리죠

입력 : 2013.09.06 10:42

서로의 힘·기술로 겨루는 '유도'
상대를 잡아당기거나 밀면서 몸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리죠

힘점·받침점·작용점의 지렛대 원리는 손톱깎이·가위·펜치에도 활용됐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 카잔에서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렸어요. 비록 올림픽만큼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대회는 아니지만 전 세계 170개국이 참가하는 권위 있는 세계대회이지요. 이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은 다양한 종목에서 많은 메달을 따며 선전(★)했는데, 그중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유도선수 왕기춘 선수의 금메달이 인상 깊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 세계 정상에 오른 왕기춘 선수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 유도 경기를 보다 보면 32강·16강 같은 초기에는 화려한 기술과 함께 한판승·절반승 등이 많이 나오는데, 결승전에 다가갈수록 화려한 기술보다는 서로 손만 왔다 갔다 하면서 승부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을 볼 수 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치열한 잡기 싸움, 이유는 무엇?

유도는 상대를 넘어뜨리거나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압하는 데 목적을 둔 투기 종목이에요. 그런데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을 넘어뜨리거나 제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특히 운동으로 다져진 선수는 더 어렵지요. 그래서 유도는 가장 먼저 상대방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치열한 '잡기 싸움'을 하는 거예요. 잡기 싸움의 목적은 상대의 무게중심을 불안정하게 하는 데 있어요. 무게중심이란 물체의 각 부분에 작용하는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의미해요. 그래서 어떤 물체의 무게중심을 정확히 찾으면 어떤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게 세울 수 있지요. 그리고 무게중심이 낮은 쪽에 있으면 물체는 잘 쓰러지지 않게 돼요.

동전 탑 쌓기를 생각해 보세요. 적게 쌓아 올렸을 때는 잘 안 넘어지지만, 높이 쌓을수록 작은 흔들림에도 쉽게 넘어지게 되지요? 동전을 높게 쌓을수록 탑의 무게중심이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아래쪽에 동전을 넓게 퍼뜨려 쌓고, 쌓을수록 점점 폭을 좁게 하면 더욱 높이 쌓을 수 있지요. 피에로 모형의 양쪽 발에 클립이나 동전 등 무거운 물체를 달아 무게중심을 낮추고 줄 위에 올려놓으면 아무리 흔들어도 쓰러지지 않게 만들 수도 있어요. 오뚝이가 쓰러지지 않는 이유 또한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있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물체의 균형은 물체의 무게중심과 깊은 연관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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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정서용

그래서 유도선수들은 상대의 무게중심을 흔들리게 하기 위해 소매와 팔 등을 잡아당기거나 미는 등의 행동을 해요. 그럼 상대방의 균형이 순간 무너지게 되는데, 그때를 노려서 기술을 쓰는 거예요. 하지만 이런 잡기 동작도 섣불리 해서는 안 돼요. 왜냐하면 상대는 그 힘을 거꾸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움직이는 물체는 움직임을 계속 유지하려는 '관성'이란 힘이 생겨요. 빠르게 달릴수록 달리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려는 힘이 강해져 멈추기 어려운 것이지요. 만약 한 선수가 상대 선수를 밀기 위해 팔을 뻗으며 달려들었는데, 상대 선수가 오히려 팔을 잡아당겨 기술을 걸게 되면 큰 힘으로 내던져질 수 있겠지요? 따라서 상대를 잡을 때도 과감히 잡기보다는 손을 뻗고 빼는 동작을 반복하며 신중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어요. 유도에서 왜 그렇게 잡기 싸움이 치열한지 이해가 되나요?

유도에는 다양한 기술이 있는데, 기술을 잘 걸기 위해서는 우선 지렛대의 원리를 잘 이해해야 해요. 지렛대는 힘점(힘이 가해지는 곳), 받침점, 작용점이 있는데 힘점과 받침점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받침점과 작용점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작용하는 힘이 커지게 돼요. 고대인들도 이런 원리를 이용해서 수백 명이 함께 들더라도 들어 올리기 어려운 큰 바위나 짐 등을 들어 올렸지요. 우리가 사용하는 가위, 손톱깎이, 병따개, 도르래 등의 도구가 지렛대의 원리를 활용한 예랍니다. 유도에서는 상대를 잡아끌면서 허리를 이용해 들어 올리는 기술, 상대를 밀면서 다리를 손으로 잡아 넘어뜨리는 기술 등 다양한 기술에서 이런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지요.

◇과학·인체 원리 담은 유도 기술

유도에는 또 '굳히기'라는 기술도 있어요. 상대의 목을 조르거나, 관절을 비틀어 꺾거나, 쓰러진 상대를 눌러서 꼼짝 못하게 만드는 기술이지요. 이 기술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관절 구조와 특징을 잘 알고 있어야 해요. 관절이란 뼈와 뼈가 연결되는 부위인데요. 뼈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해 주는 부분이에요. 관절마다 움직일 수 있는 범위나 방향이 다르지요. 무릎의 관절은 180도 정도로 접었다 폈다만 할 수 있고, 어깨의 관절은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목의 관절은 위아래와 옆으로 움직이며 정면에서 양쪽으로 90도 이상 돌리면 위험해요. 이처럼 관절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특징들을 잘 이해하면 어느 관절을 누르고 비틀어야 상대가 움직일 수 없고 고통을 느끼게 되는지 알 수 있는 거지요.

유도 속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를 알고 보니 선수들이 더 대단해 보이지 않나요? 그런데 유도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속에는 이런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어요. 다른 스포츠에는 또 어떤 과학 원리가 숨어 있는지 직접 찾아보세요. 그럼 경기를 관람할 때나 직접 체험할 때, 더 재미있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거예요.

[관련 교과] 6학년 2학기 '에너지와 도구'

[함께 생각해봐요]

힘의 종류에는 탄성력·마찰력·부력·마찰력·중력·관성력 등이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힘들은 어떤 종목의 스포츠에서 주로 적용되는 걸까요?
예를 들어 수영에는 부력이, 역도에는 중력이 적용되지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스포츠에는 어떤 힘이 적용되나요? 함께 생각해 보세요.

★선전(善戰): 있는 힘을 다해 잘 싸움.

조영선 | 과학학습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