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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능·원·묘… 신분 따라 부르는 무덤의 이름도 달라요

입력 : 2013.09.06 10:43
밀고 당기고 조르고 누르는 것으로 승부를 가려 단순해 보이던 유도에도 무게중심의 성질, 지렛대의 원리, 인체 관절의 특징 등 여러 과학 원리가 숨어 있다니 놀랍죠? 유도 같은 투기 종목 경기는 선수끼리 일대일로 맞붙어 힘과 기술을 겨루는 경기이지요. 특별한 도구나 장비, 시설이 없어도 경기를 쉽게 치를 수 있기에 그 역사가 무척 오래됐어요.

이미 삼국시대나 그 전부터 우리나라도 투기 종목 경기를 했음을 짐작할 수 있어요. 이를 보여주는 유적이 바로 '각저총(角抵塚)'과 '무용총(舞踊塚)'이란 이름의 고구려 벽화무덤이지요. 고구려가 도읍지로 삼았던 국내성, 즉 지금의 중국 지린성 지안현에서 1935년 발견된 각저총과 무용총은 300~400년 무렵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돼요. 이 무덤들 속 벽에는 투기 종목 경기를 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고구려 벽화고분 ‘무용총’ 사진
고구려 벽화고분 ‘무용총’에는 이처럼 무용수가 무용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누가 묻혀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지요. /토픽이미지
'각저'는 두 사람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힘을 겨루는 것을 뜻해요. 지금으로 보면 유도·레슬링·씨름 비슷한 운동경기지요. 각저총은 무덤의 벽에 체구가 당당한 두 사람이 씨름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각저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무용총에는 두 사람이 서서 서로 손을 내밀고 겨루는 그림이 있어요. '수박희(手搏戱)'라는 맨손 격투기라고 짐작하는데, 무덤의 이름을 무용총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이 그림 말고도 다른 여러 그림과 함께 무용수들이 무용하는 멋진 그림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그렇다면 이 각저총과 무용총은 누구의 무덤일까요? 왜 이 무덤들의 이름에는 '총'이라는 단어가 붙었을까요? 총(塚)은 능이나 묘, 고분처럼 무덤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무덤 중 왕과 왕비가 묻힌 무덤을 '능(陵)'이라 불러요. 세자와 세자빈, 세손과 세손빈, 왕의 생모와 생부가 묻힌 무덤을 '원(園)'이라고 해요. 그 밖의 사람들이 죽어 묻히는 무덤은 '묘(墓)'라고 부르고요. 신분제 사회에서 무덤의 주인공 신분에 따라 무덤을 부르는 이름이 달랐던 것이지요.

세종대왕과 소헌왕후가 묻힌 ‘영릉(英陵)’ 사진
세종대왕과 소헌왕후가 묻힌 ‘영릉(英陵)’이에요. 왕과 왕비가 묻힌 무덤은 ‘능(陵)’이라고 하지요. /문화재청 제공
우리가 능·원·묘라고 부르는 무덤들은 모두 묻힌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경우예요. 하지만 무덤 규모나,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을 통해 그 무덤에 묻힌 사람이 왕이나 왕비라는 짐작은 가지만 정확하게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무덤에는 '총'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이때 그 무덤의 특징이나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의 특성을 살려 그 무덤의 이름을 정했고요. 쌍영총·사신총·천마총·금관총·금령총·식리총 등의 무덤 이름이 그렇게 지어진 거예요.

또 옛날 무덤 중에서 무덤의 주인공이나 그 신분을 짐작하기 어렵고 역사적 또는 고고학적 자료가 될 수 있는 무덤 중 보편적인 유물만 출토된 무덤을 고분 또는 분(墳)이라고 부르는데 주로 무덤이 위치한 마을에 번호를 붙여서 이름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안악 3호분, 송산리 6호분처럼 말이에요. 무덤에 묻힌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고요? 그야 '능'이나 '묘'로 이름이 바뀌겠지요.

지호진 | 어린이 역사전문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