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내 친구

혼자선 도덕적, 모이면 비도덕적?

입력 : 2013.09.06 10:45

[40] 라인홀드 니부어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소각장·원자력발전소 꼭 필요하지만 동네에 생긴다면 좋아할 사람 없지요

이렇게 집단 이기주의가 나타나면 니부어는 '정치'로 해결해야 한다 주장
개인윤리와는 다른 집단 이기심… 비용·혜택 균등하게 이뤄질 때 해결

#이야기 하나

평소 마음이 넉넉하고 좋은 사람으로 잘 알려진 이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가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네요. 일본 총리가 "독도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라는 말을 전하자, 대통령이 그에 대해 이렇게 답하는 거예요. "아이고, 어떻게 해요? 그럼 그냥 가지세요. 마음이 불편하시도록 하면 안 되겠죠. 혹시 더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이렇게 말한 대통령은 아마 우리나라에 다시 발붙일 수 없겠지요?


#이야기 둘


아버지는 아주 엄한 분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약속한 것은 꼭 지키셔야 하지요. 하루는 하굣길에 아버지와 교문에서 만나 집에 가기로 약속했어요. 그런데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나오다 보니 약속한 시각보다 3분 정도 늦었어요. 아버지가 보이지 않아 기다렸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으시기에 혼자서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가니 아버지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기본이 되지 않은 사람이니 이야기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시며, 그날부터 저와는 어떤 대화도, 약속도 하지 않으셨어요.


이야기 하나의 대통령은 사회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하지만 개인윤리적으로 행동했어요. 이야기 둘의 아버지는 개인윤리를 적용해야 할 때에 사회윤리를 적용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의 고전은 개인윤리와 사회윤리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한 라인홀드 니부어(R. Niebuhr)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입니다.

[신문은 선생님] [고전은 내 친구] 혼자선 도덕적, 모이면 비도덕적?
/그림=이병익
인간 본성에는 이기심과 이타심이 있습니다. 니부어가 사용한 '도덕적'이라는 말은 곧 '이타적'이라는 의미이며, '비도덕적'이라는 말은 '이기적'이라는 뜻입니다. 이 고전의 제목을 다시 쓰면 '이타적 인간과 이기적 사회'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기심과 이타심이란 두 마음은 인간 안에서 충돌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종교적 이상주의자들은 종교로 교화해 이타심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합리주의자들은 교육이라는 수단을 통해 인간의 이성을 고양하고 이기심을 통제해 인간이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하지요. 어느 쪽의 의견이 맞든, 개인은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의미네요. 이는 개인에게 '양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회나 국가와 같은 조직은 다릅니다. 집단은 개인이 모여서 구성되지요. 집단이 되는 순간, 그 속에는 이기적 행동에 제약을 가할 양심이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혹시 길을 혼자 걸을 때 깨끗한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왠지 꺼려지지만, 쓰레기가 마구 쌓여 있는 곳에 친구들과 함께 쓰레기를 버리는 건 아무렇지 않았던 적 있나요? 종교적 이상주의자들이나 합리주의자들은 조직 역시 개인처럼 종교나 교육을 통해 도덕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요. 그러나 니부어의 생각은 달라요. 조직이 움직이는 원리는 개인의 것과 다르다는 것이지요. 개인윤리의 핵심은 '사랑'이에요. 이것만큼 사람을 움직이는 것도 없지요. 그러나 사회윤리는 '정의'의 원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 영역을 혼동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앞서 본 이야기 하나이야기 둘에서처럼 말이에요.

그렇다면 집단의 비도덕성, 즉 집단 이기주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니부어는 '힘(power)'뿐이라고 봤어요. 따라서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정치'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집단 이기주의 자체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위험할 수 있어요. 더 큰 이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집단 이기주의의 대표적인 현상이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입니다. 동네에 쓰레기 소각장이나 원자력발전소가 생긴다고 하면 마냥 좋아하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요.

마을 주민이 쓰레기 소각장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어요.
마을 주민이 쓰레기 소각장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어요. /김용국 기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성을 통한 비례의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사회에는 비용은 치르지 않고, 혜택만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위 '무임승차자'가 있는 것이죠. 반대로 늘 비용만 치르고 혜택은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존재해요. 이런 경우 경제적 원칙에 따라 손해를 보는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비용 없이 이득을 얻는 사람들에게 비용을 거둬들여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이겠지요.

여러분도 개인윤리와 사회윤리 사이에서 고민해 본 적이 있나요? 예를 들어, 친구로서의 역할과 학급회장으로서의 역할이 충돌하는 때는 없었나요? 개인윤리의 영역과 사회윤리의 영역을 예리하게 나누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어느 상황에서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둬 판단하고 행동할지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훌륭한 지도자는 중용의 도를 잘 아는 사람이지요. 사회윤리에 너무 비중을 두면 '피도 눈물도 없다'는 평을 받는 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고, 개인윤리에 치우치면 '사람은 좋으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나약한 지도자가 될 수 있어요.

세상의 여러 문제 중에는 개인이 저지르는 문제도 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조직과 조직 간 갈등으로 생겨나는 문제일 때가 잦고, 이를 제어하기는 쉽지 않지요. 이때 조직이 움직이는 원리를 알면, 조직을 이해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사회윤리의 영역과 개인윤리의 영역을 움직이는 원리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밝힌 니부어의 입장을 익히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현실적인 지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고전 1분 퀴즈]

1. 니부어는 집단 이기주의 문제를 ( )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 )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2. ( )윤리의 영역과 ( )윤리의 영역을 예리하게 나누기는 어렵지만, 기준이 있어야 해요.


정답: 1.힘, 정치 2.개인, 사회
안진훈 | MSC 브레인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