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물이 바위를 깎는다고?

입력 : 2013.09.02 23:51

땅으로 스며든 지하수, 바다 그리고 강·구름·비도 끊임없이 순환하는 물이죠

흐르는 물은 바위를 깎거나 흙을 운반
물살에 지형이 깊게 패인 'V자 계곡', 떠내려온 자갈이 쌓여 이룬 '선상지'
땅이 다양하게 변화한 모양이죠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도로가 매몰됐습니다." "농경지가 침수돼 농가 피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마다 장마철이면 비 피해 소식을 접하곤 해요. 슬퍼하는 수재민을 생각하면 '비가 안 왔으면' 싶기도 하지만, 비는 모든 동식물에 꼭 필요한 존재이지요. 비는 작은 물방울일 뿐인데 왜 피해를 주는 걸까요? 물방울은 겉보기에는 잘 흩어지고 스며드는 성질이 있어서 무섭게 느껴지지 않지만, 많은 양의 물은 땅을 깎고 산을 무너뜨릴 정도로 큰 힘을 가지고 있어요.

[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물이 바위를 깎는다고?
/그림=정서용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요. 개울과 강물을 이루며 바다로 흘러가죠. 그럼 바닷물은 왜 점점 불어나지 않을까요? 높은 산 위에 커다란 바다나 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물은 왜 끊임없이 나오는 걸까요? 물이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순환이란 '사라지지 않고 돌고 돈다'는 의미예요. 높은 곳에서 흘러오는 물은 바다에서 온 거예요. 어떻게 낮은 바다에서 높은 산으로 물이 이동하느냐고요? 물이 공중을 날아가기 때문이에요.


◇강으로, 바다로… 다시 돌아오는 물


강한 햇빛에 바닷물이 증발해 수증기 덩어리인 구름을 만들어요. 구름이 바람을 타고 육지로 이동해 비를 내리지요. 우리가 씻을 때나 먹을 때 사용하는 물이, 알고 보면 바다에서 온 셈이에요. 바다에서 왔다면 짠맛이 나야 하지 않느냐고요? 물에 소금을 녹이고 가열해 보세요. 물이 다 증발하고 소금이 남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 거예요. 순수한 물만 증발하기 때문에 비가 짜지 않은 것이지요. 만약 바다의 물이 다시 육지로 이동하지 않는다면 육지의 물은 점점 고갈돼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이 살아갈 수 없겠죠? 게다가 육지의 물이 전부 바다로만 간다면 바닷물의 높이가 높아져, 높은 산 외에는 모든 육지가 물에 잠기고 말 거예요. 이런 점을 생각하면 비가 내리는 것은 지구에서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고마운 현상이라 할 수 있어요.

물은 땅의 모양을 아름답게 조각해 우리에게 풍요로운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해요. 물이 모여 흐르면 하천이 생기죠. 하천은 규모에 따라 개울·시내·내·샛강·강 등으로 불려요. 맑은 물이 쉼 없이 흐르는 하천이 가까이에 있어야 빨래도 하고 농사도 짓고 물고기도 잡으며 살아갈 수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문명이 크게 발달한 곳은 모두 큰 강이 흐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요.

하천을 잘 보면 특징이 있어요. 강 상류는 'V'자로 팬 깊은 계곡이 많아요. 물이 흐르는 경사가 높다 보니 흐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에요. 물의 속도가 빨라지면 물이 바닥의 흙과 돌 등을 운반하는 힘도 세져요. 그래서 바닥 부분이 점점 깎여나가 낮아지지요. 이렇게 땅을 깎는 작용을 '침식작용'이라고 해요. 침식작용으로 깊게 팬 형태의 지형, 즉 'V자 계곡'이 형성되는 거랍니다. 상류에서 내려온 물이 막다른 절벽에 이르러 떨어지면 멋진 폭포가 만들어지기도 하지요. 물이 경사가 완만한 평지에 도달하면 속도가 느려지면서 함께 떠내려 오던 모래·자갈 등이 쌓여 부채 모양의 땅을 만드는데, 이런 지대를 '선상지(扇狀地)'라고 불러요.

제주도 당처물 동굴이에요.
제주도 당처물 동굴이에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용암 동굴이지만 석회 성분이 많은 모래와 물이 만나 석회동굴처럼 석주·석순 등이 형성됐어요. /이종현 기자
하류는 평지가 많아 물이 흐르는 속도가 상류보다 느려요. 물이 흐르다 장애물을 만나도 통과할 힘이 부족해 장애물을 돌아서 흐르게 되지요. 그래서 하천의 하류는 대부분 뱀처럼 구불구불한 형태로 흐른답니다. 구부러진 형태로 흐르면 곡면 바깥쪽의 물의 속도는 곡면 안쪽보다 더 빨라지게 돼요. 물이 같은 시간 움직이더라도 곡면의 바깥쪽이 더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안쪽과 바깥쪽의 속도 차이가 생겨요. 그래서 바깥쪽은 더 깊게 깎이고, 안쪽은 자갈·모래 등이 쌓여 얕아지지요. 그러니 강에 놀러 갈 때는 곡면 안쪽에서 수영해야 더 안전하답니다.


◇땅 위와 땅 아래를 조각하는 물


오랜 시간 물이 흐르다 보면 하천은 곡면 바깥쪽으로 점점 이동해 더욱 구불구불해져요. 그런데 너무 크게 구부러져 원형에 가까워지면 하천의 한 부분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요. 물은 지름길로 흐르게 되고, 휘어졌던 부분이 잘려나가면서 호수가 되지요. 소뿔처럼 생겼다고 해서 '우각호(牛角湖)'라고 한답니다. 하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서는 물의 속도가 더 느려져서 모래나 흙이 물과 함께 이동하지 못하고 쌓여 땅이 만들어지는데, 그 모양이 삼각형과 비슷해서 '삼각주'라고 하지요.

보이지는 않지만, 땅속에도 물이 스며들어 생긴 지하수가 흘러요. 지하수는 물이 땅으로 스며드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걸러져 사람이 마시기에 적합한 경우가 많지요. 지하수엔 이산화탄소가 섞여 있어 약한 산성을 띠는 경우가 많은데, 산성 성분에 약한 석회암이 지하수에 녹아 커다란 동굴이 되기도 해요. 바로 '석회동굴'이랍니다. 석회동굴의 천장에서는 종유석이, 바닥에서는 석순이 자라고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서 석주도 만들어져요. 석회동굴의 모습은 정말 신비하지요.

물의 흐름을 알아보니 지긋지긋한 장맛비가 어쩐지 고맙게 느껴지지 않나요? 수해는 무섭지만, 배수 시설과 제방 등을 만들고 철저히 대비하면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고요. 또 수해가 났을 때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온정을 나누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어요. 조금씩이라도 많은 사람이 돕는다면 수재민들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테니까요.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날씨와 우리 생활', 4학년 1학기 '지표의 변화, 모습을 바꾸는 물'


함께 생각해봐요

여러분의 집 가까이에 물이 흐르는 곳이 있나요? 있다면 혹시 그 하천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하천을 부르는 이름은 개울, 시내, 내, 강, 개천, 실개천, 도랑, 샛강 등 다양해요. 이름만큼 다양한 하천들에 각각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세요.
조영선 과학학습도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