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긴 목이 닮아서 '거위벌레'라고 한대요

입력 : 2013.09.02 23:49 | 수정 : 2013.09.27 10:29
요즘 숲에서는 수많은 곤충이 부지런히 살아가느라 바빠. 보통 곤충은 우리보다 한참 작으니 서둘러 다닌다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야. 하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주변을 살펴도 여러 곤충을 쉽게 만날 수 있단다. 구멍이 뽕뽕 뚫린 나뭇잎 사이로 애벌레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기도 해.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고개를 숙이면 흙바닥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작은 곤충들도 찾아볼 수 있어.

혹시 나뭇잎이 돌돌 말려 있는 걸 본 적 있니? 그럼 거위벌레의 알집을 발견한 거야. 거위벌레, 이름이 참 재미있지? 목이 긴 생김새가 거위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야. '기린벌레'라고도 해. 하지만 거위벌레는 목이 없고, 머리가 길어진 것이란다. 더듬이 있는 맨 끝 부분이 입이고, 그다음 양옆으로 툭 튀어나온 게 눈이야.

거위벌레.
/그림=이재은(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곤충')
거위벌레 알집은 솜씨 좋게 말려 있어. 살며시 펴 보면 둥글고 작은 알이 하나 들어 있지. 이 집은 암컷이 만드는데,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먹을 만한 적당한 나뭇잎을 골라서 만들어. 두 시간에 걸쳐서 집을 만드는 과정도 재미나. 먼저 거위벌레는 걸음걸이로 나뭇잎의 길이를 잰 다음 적당히 잘라. 잎맥을 기준으로 반으로 접은 다음 구멍을 내고 알을 낳아. 그러고는 끝 부분부터 돌돌 말기 시작하지. 끝까지 다 말진 않고 잎을 뒤집어 싸. 그럼 엄지손가락 굵기의 집이 만들어져. 엄지손톱보다도 작은 곤충이 벌이는 일이라니, 참 놀랍지?

거위벌레 가운데 도토리 거위벌레는 참나무에 해를 끼치는 곤충이야. 도토리에 구멍을 뚫어 알을 낳고는 그 도토리가 달린 참나무 가지를 툭툭 잘라 땅에 떨어뜨리거든. 숲길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참나무 가지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진다면, 범인을 꼭 찾아보렴.



박윤선 생태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