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한강 밑으로 지하철이 다닌다고?

입력 : 2013.09.02 23:49 | 수정 : 2013.09.27 10:21

안전하고 편리한 땅속 교통 '지하철', 5호선 마포~여의나루역, 분당선에는 강 밑으로 다니는 '하저터널' 있어요
이 터널은 물의 압력에 무너지기 쉬워 구멍 뚫는 동시에 튼튼한 터널 만드는 '실드머신' 굴착기로 공사한다고 해요

본격적인 피서철이에요. 휴일 도로는 피서를 떠나는 차량으로 가득하지요. 지도만 보고 시간을 계산해 피서지로 출발하면 자칫 약속 시간을 놓칠 수 있어요. 피서철이 아니라도 도로 교통 상황은 예측하기 어려워요. 교통사고나 각종 공사로 정체 현상이 생길 수 있거든요. 출퇴근 시간에는 차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평소보다 이동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들기도 해요. 만약 여러분이 중요한 약속에 늦지 않고 가야 한다면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게 가장 좋을까요? 도로 교통이 복잡하다면, 도로를 달리지 않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이쯤이면 "아하!" 정답을 떠올린 친구도 있겠죠? 바로 땅속을 달리는 지하철이지요.

하저터널.
지하철은 정해진 차량이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길로 운행하기 때문에 비교적 시각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요. 지하철 노선도에 따르면 인천역에서 서울역까지 약 1시간 4분이 걸린다고 해요. 출퇴근 시간이든 아니든 언제나 1시간 4분 정도면 갈 수 있지요. 인천역은 평일 오전 5시 첫차를 시작으로 12·26·38·46 ·57분 등 정해진 시각에 열차가 출발하게 돼 있어요. 그래서 인천역 근처에 사는 사람이 서울역에 오전 6시 30분까지 가야 한다면, 5시 26분 열차를 타면 돼요. 물론 조금 차이는 있을 수 있으니 5시 12분 열차를 타고 여유 있게 가는 것이 더 좋겠지요?


◇지하철, 어떻게 만드나요?


이렇게 지하철은 매우 정확하고 빠른 데다 사고 위험도 적은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수단이에요. 우리나라는 좁은 지역에 사람이 많이 살고 있고, 특히 서울 같은 도심 지역은 주요 시설이 밀집해 있어서 지하철이 없었다면 교통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지하철을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땅속에 길을 만들려면 복잡한 기술과 큰 비용이 필요하지요. 지하도를 만들 장소가 정해지면 우선 자세히 조사해야 해요. 도시의 땅속에는 수도관·가스관·전선 등이 묻혀 있어서 함부로 공사를 하다가는 중요한 시설물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 공사 지역에는 차량이 다닐 수 없으니, 최대한 차량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미리 조사하고 계획을 세워야 해요.

분당선 하저터널을 만드는 데 사용된 실드머신이에요.
분당선 하저터널을 만드는 데 사용된 실드머신이에요. /정경열 기자
이런 과정이 끝나면 거대한 중장비를 이용해 땅을 파내요. 파낸 깊이가 어느 정도 깊어지면 차량이나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위쪽에 철판을 덮지요. 벽면과 천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철근으로 만든 뼈대를 세우고 벽면을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굳힙니다. 이때 벽면은 대부분 '∩' 형태로 만들어요. 아치 형태 구조는 위에서 누르는 힘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땅속 공간이 마련되면 이제는 지하철이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지요? 철도·통신망·전기시설 및 각종 설비가 완성되면 위쪽을 흙으로 다시 메우고 열차를 집어넣어요. 그리고 안전한 운행을 위해 몇 개월 동안 시험 운행도 하고요. 이처럼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지하철이 완성되는 데 약 7~8년이 걸린다고 해요.

우리나라 지하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요. 차량 공간이 넓고 냉·난방 시설이 잘 가동돼 한꺼번에 많은 승객이 이용하더라도 불편이 적은 편이에요. 모든 역에서 휴대전화와 인터넷도 가능하고요. 지하철역은 땅속 깊은 곳에 있어 공기가 오염되기 쉬운데, 지하의 공기를 신선한 공기로 바꿔 주는 설비가 잘되어 있어 항상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지요. 스크린도어는 열차가 도착했을 때만 열리기 때문에 승강장에 서 있는 사람이 철로로 떨어지는 사고를 막을 수 있고, 열차가 도착할 때의 소음과 강한 바람도 막아주지요. 노선도 편리해요. 서울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학적 계산을 통해 효율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많아야 2번만 갈아타면 어떤 목적지라도 갈 수 있어요. 물론 3번을 갈아타고 더 빠르게 갈 수 있지만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정도로 연결성이 좋다고 해요.


◇지하철 타고 여름 휴가 떠나요

그런데 여러분, 우리나라에 강 밑으로 다니는 지하철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한강 밑으로 다니는 지하철 구간이 실제로 있답니다. 5호선 '마포역~여의나루역' 구간과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서울숲역' 구간이 바로 한강 아래로 지나가는 구간이지요. 이 구간은 강을 지나가야 해서, 강바닥보다 깊은 곳에 터널을 뚫어 철도를 만들었어요. 이것을 '하저 터널'이라고 해요. 수심이 깊은 강 아래에 터널을 만들어야 해서 일반적 지하철 공사와는 다른 기술이 필요해요.

분당선의 한강 하저 터널은 '실드머신'이란 원통형 모양의 거대한 굴착기를 이용해 만들었어요. 실드머신에서는 강력한 드릴이 회전하며 움직이는데, 이 드릴이 흙이나 암석에 닿게 되면 그것을 잘게 부숴 실드머신의 몸체 속으로 빨아들여요. 토사 등은 지상으로 운반되고요. 실드머신이 지나가면 원통 모양 공간이 만들어진답니다. 구멍만 파 놓는다면 주변 압력 때문에 쉽게 무너져버릴 수 있어서, 구멍을 파는 동시에 미리 만들어둔 튼튼한 구조물을 벽면에 설치해요. 실드머신이 지나간 자리에는 튼튼한 벽으로 된 터널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이런 놀라운 기술을 알게 될 때면 인류에겐 정말 불가능한 일이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하철은 뛰어난 도심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비싼 수단이기도 해요. 이용 요금이 1000원꼴인데 뭐가 비싸냐고요? 줄줄이 연결된 지하철 중 한 칸의 가격만도 10억~15억원 정도 된다고 해요. 이번 여름 피서는 최고급 교통수단, 지하철을 타고 떠나보는 건 어때요?

[관련 교과] 4학년 2학기 '지층과 화석', 6학년 2학기 '에너지와 도구'


함께 생각해봐요

한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바다 밑 철도, '해저터널'을 만드는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고 해요.

만약 실제로 해저터널이 완성돼 중국과 일본에 기차를 타고 오갈 수 있다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요?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생각해 보세요.


조영선·과학 학습 도서 저자 |